외모지상주의 / 팜므파탈에 대하여.

어딜 가던 그 주변이 밝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어딜가던 주변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마다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있다. 유재석 근처에 가면 수다스러워지고 조세호 근처에 가면 장난이 잘 나오는 식이다. 그 중 특히 보통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들은 세 부류가 떠오른다. 긍정적인 사람,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 혹은 위트 있는 사람. 보통 외모가 수려하면 긍정적인 사람이 많다. 돈이 많은 집안 사람이 너그러운 것처럼. 내가 떠올린 저 세 부류의 사람들은 공통분모가 많은 집단이다.

내가 에둘러 이야기 했지만,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애매한 순간들에서 유난히 인생이 잘 풀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왜 우린 이쁘고 잘 생긴 사람들에게 더 뭔가 해주고 싶어할까. 사람의 외모가 매력적이면 왜 우리는 먼저 호감이 들까. 사람을 겪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가드를 내리고 대하게 되는 걸까. 반대로,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은 왜 정말로 험악해지는 걸까. 왜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외모를 배제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혹은, 외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람을 판단하는 게 더 바람직한 것이 맞는걸까.

먼저 나는 외모지상주의를 두둔하거나 반대로 공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것에 대해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을 하기 전에 외모지상주의는 이미 이 세상에 팽배하고 그것이 현실이라는 점만 짚고 논의를 이어가겠다.

한 템포 쉬고 뽀블리 보고 눈호강 하세요들.

우리 사이에 만연한 이 외모지상주의를 가장 잘 대표하는 것이 바로 관상학이라고 생각한다. 관상의 예를 들어보자. 귓볼이 부처님처럼 길게 내려온 사람은 우리가 보통 덕이 있다고들 이야기 한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밝다고 느낀다. 얼굴이 대칭적인 사람은 전반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낀다. 눈썹이 10시 2시로 치켜올라가 있는 사람은 성질이 급하다고들 이야기하고, 8시 4시로 내려가 있는 사람은 슬퍼보이고 느긋해보인다고들 이야기한다. 삼백안의 사람들은 기가 강하다고 하고 이마가 넓은 사람은 아량이 넓다고들 한다. 토끼상은 귀엽다고들, 사자상은 사납다고들 한다. 이러한 모든 잡설들이 마치 혈액형 성격유형 같이 생판 터무니 없지 않다는 점을 나는 느낀다. 관상학이 얼추 맞는다는 점에 집중해보자(물론, 얼추 맞는다는 말은 많이 틀린다는 말과 동일한 명제이다).

관상학은 '이런 저런 외모적 특징을 가진 사람이 본성이 이렇고 인생이 이렇게 풀리더라'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관상학에 대해 집중할 점은 그것이 비과학적지 아닌지가 아니다. 관상학은 우리 인간들이 '요렇게 생긴 사람들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대하는가'를 귀납적으로 정리하려고 시도한 학문이다. 우리가 표현하기론 '이렇게 생긴 사람이 이렇게 살아갑니다' 라는 식으로 풀어내지만, 사실은 '이렇게 생긴 사람들은 사회가 이렇게 대하기 때문에 요렇게 살아가게 만듭니다.'를 정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화가 나있는 것같이 생긴 사람들은 다가가기가 어렵다. '간사하게 생긴' 사람에겐 일을 맡기기가 어렵다.

관상 해석의 예시. 맞는지 아닌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하세요.

관상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혹은 그렇게 느끼기로 배운-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종합하여 '이쁜 사람', '잘생긴 사람','못나게 생긴 사람', '의지하기 좋은 사람', '착실한 사람' 같은 이미지를 자신도 모르게 씌우고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그 것에 어느 정도 공통으로 동의하는 선이 있어서 -그것이 관상학의 관심사- 혹은 이전에 자신이 겪어왔던 사람들의 얼굴과 비교해보면서 새로 만나는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우리는 환경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한 사람의 성격은 그 환경이 결정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사람의 성격이 거칠어서 주변에서 차갑게 대하도록 결정 짓는게 아니고, 주변에서 차갑게 대하기 때문에 사람이 거칠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들 선후 관계를 착각하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사람들이 모질게 대하면 사람은 억세지고 옹이가 박히게 된다. 반대로 사람들이 친절히 대해 주고 많이 퍼주면 긍정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그러면 긍정적인 성격은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부정적인 성격은 악순환 고리를 만들며 그 사람의 색깔을 더 짙게 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참으로 암담한 이 세계의 뼈아픈 현실을 느꼈다. 부자 집안 아이들이 그래서 친절하고 꼬여있지 않은 것이다..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그래서 퉁명한 것이다.. 얼굴도 이쁘게 생긴 사람들이 그래서 마음씨도 고운 것이다..

잠깐. 위의 문단을 느끼면서 진짜 그런가, 싶지 않았는가? 내가 피해망상적으로 확대해석 해놓았지만, 분명 반례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짚고 간다. 부자 집안 아이들이 되바라진 경우가 종종 있고 (예. 빵꾸똥꾸야), 사기꾼들이 보통 인상이 선한 사람들이 많다. 외모가 그렇게 수려하지는 않은 사람들이 웃긴 경우가 많다. 귀납적으로 그럴 것 같지만 그 반대인 사람들은 어디서 그 관상학의 틀을 깰 수 있었을까.

야 이 빵구똥꾸야! 난 부잣집 귀한 딸이라고!

나는 그것이 '우리가 결정하는 지점'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 한번 더 웃고, 속썩이는 사람을 한번 참아주고, 세상이 아무리 괴롭혀도 나는 내 뜻대로 살래 라고 결심하는 순간들이 나의 모습을 바꾼다. 세상은 나를 외모만 혹은 평판만 보고 쉽사리 먼저 판단하지만, 친해져가며 그런 것들은 열심히 깨부술 수 있는 부분들이다. 혹은, 좋은 평판으로 부족한 외모를 받친다거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이 각각 너무 달라서 정작 자신은 그 중 무엇이 본 모습인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들었다. 나는 그 고민을 듣고 이렇게 조언했다. 일단 행동해보고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하나하나 곱씹어보라고. 그리고 그 행동 중에서 공통점을 찾고 그것이 표현하는 나의 무의식을 그려보라고. 내가 선입견에 의거해 대하고 있는지, 아님 감정이 앞서 대하고 있는지, 혹은 나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방어적으로 대하는지 등등 타인이 보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 원인들을 스스로 깨닫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그 무의식이 마음에 든다면 다음 같은 상황 때 '나는 이런 무의식을 가진 사람이라서 이렇게 행동할거야' 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려 할 때 한번 말을 삼키고 행동을 접어보라고.

5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하다 못해 얼굴도 바뀌는데 성격 원하는대로 바꾸지 못할 이유가 뭔가. 내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가 되고 싶은지 먼저 판단하고 그대로 조심스럽게 행동에 녹여내면 된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대로 대하면 나의 평판은 원하는 대로 바뀔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잘 관조하고, 최대한 개의치 않으려 노력하는 동시에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인지 피드백하고 끊임없이 경로 수정해야 한다. 말하자면 아주 잘 깎은 가면 하나를 정성들여 만드는 것이지. 조금만 공들여 시간을 투자하면 선순환 고리가 시동 걸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제 시동 걸린 엔진처럼 신경쓰지 않아도 세상이 원하는 대로 대해줄 것이다. 그러면 오토파일럿 놓고 한숨 때리면서 사람들이 잘 해주는대로 반응하며 살면 된다.

100억 부자 이우드 vs. 빈털털이 차은우?

p.s.

기분좋은, 혹은 뼈아픈 이야기 하나 덧붙여 보겠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중 못생긴 사람들이 상냥하게 대하면 그 사람이 원래 상냥한 것 일수도 있지만 보통 내가 이쁘게 생긴겁니다. 물론 반대도 있겠죠? 이쁘게 생긴 초면이 된통 싸가지 없게 대하면 그 사람이 꼬인 것도 있겠지만 보통 내가 못생긴겁니다. 그렇게들 아세요. 눈물 닦으시고.

p.p.s.

이쁜 사람들은 보통 위트있기 힘든 것 같습니다. 세상이 꼬여야 좀 위트 있는 발상을 할텐데 말이죠. 그래서 이쁜 사람들이 위트있는 사람을 만나는게 아닐까요. 이 글귀를 읽고 갸우뚱하고 있는 당신, 정말 위트가 없군요?

작가의 말 열등감에 찌든 생각인 것 같아 한 템포 쉬고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제가 가진 생각을 한 올 가리지 않고 내밀어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과연 좋은 성격은 하나로 귀결하는가, 미인형은 단일한가" 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